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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데이비슨은 ‘Public Opinion Quarterly’에 미디어 효과에 대한 사람들의 이러한 지각을 제3자 효과라는 개념으로 정리하여 발표했다. 데이비슨은 사람들이 매스미디어 메시지가 자신에게는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각하지만 제3자인 타인(others)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이와 같은 편향된 지각이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 후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제3자 효과 연구는 주로 수용자의 사회적인 지각에 미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효과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수행해왔다. 비록 저널리즘 역사에 관심을 둔 일부 학자도 제3자 효과를 게이트키핑 과정을 포함한 저널리즘 현상과 연결하여 살펴 본 경우가 있었지만(예를 들어 Baughman, 1989, 1992), 제3자 효과 가설에서 다루는 지각적인 편향성을 통해 발생하는 수용자의 태도와 행동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연구의 주류를 형성해왔다.
수용자의 행동변화 수반
미디어 효과 연구자들은 제3자 효과 가설을 이론적인 논의로 체계화하면서 특히 두 가지 요소를 분리하여 강조하였다. 첫 번째는 제3자 효과 가설의 지각적인 요소(perceptual component)로서 매스미디어의 메시지가 자신에게는 영향력을 미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제3자인 타인에게는 더 큰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편향된 지각을 연구자들은 ‘제3자 효과 지각(the third-person perception)’이라고 정의한다. 즉 사람들이 매스미디어 효과에 대해 자신과 타인의 입장에서 평가하도록 하고, 타인에 대한 평가가 자신에 대한 것 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밝히는 작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뉴스를 포함한 다양한 메시지에서 이러한 편향된 지각이 발견되었으나 상대적으로 부정적이고, 의도된 설득 메시지에 나타나는 제3자 효과 지각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두 번째는 태도 및 행동과 관련된 요소(attitudinal/behavioral component)로 위와 같은 제3자 효과 지각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다루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다룬 연구는 주로 1995년 이후 실시되었는데, 제3자 효과 가설의 두 번째 요소를 검토하는 데는 특별히 부정적인 메시지, 또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논쟁적인 메시지가 연구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주로 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규제나 검열에 찬성하는 태도를 연결시킨 연구가 다수였다. 특히 1995년 건서(Gunther)는 미디어가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각할수록 검열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건서의 연구 이후 수 편의 연구들이 제3자 효과의 두 번째 요소를 다루면서 지각적 편향과 태도·행동 변인들의 연계성을 살펴보았는데, 특히 TV 폭력물, 음악 가사, 성적노출이 많은 영상물, 재판, 법정보도, 선거보도, 각종 광고, 여론조사보도 등의 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제3자 효과 지각을 규제와 검열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와 연결시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정치인 연구 극히 적어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3자 효과 연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미디어 효과에 대한 과대 평가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며 특히 미디어 효과 발생 과정의 일환으로 제3자 효과를 고려하게 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험적인 측정에 기초한 제3자 효과 연구가 주로 실시되면서 데이비슨이 주창한 제3자 효과의 일부분만이 강조된 면이 없지 않다.
특히 나와 타인과의 영향력에 대한 지각의 차이를 효과 연구자들이 강조함으로써 나타난 중요한 문제는 나 자신에 대한 영향력에 대한 평가를 꼭 측정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각적 차이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둔 연구는 연구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수용자를 주로 택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 언론인, 정책담당자들에 미치는 미디어 효과 또는 이들이 갖는 효과에 대한 지각은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생시키는 사회적인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3자 효과 지각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용자가 아닌, 미디어 관련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자에 대한 연구와 뉴스 메시지 선택에 영향력을 미칠 언론인에 대한 연구는 극히 일부에서 실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양승목, 1997; Lasorsa, 1992; Baughman, 1989, 1992).
여기서 우리는 데이비슨이 제시한 초기 제3자 효과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오지마 섬에서 일본군의 선전물을 미리 접한 미군 백인 장교가 흑인 병사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지레 겁을 먹어 철수한 사례, 라이벌 정당의 선전물을 보고 유권자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지지 후보 선거 운동에 나선 선거 운동원의 사례 등으로 소개 된 제3자 효과의 본질은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나는 매스미디어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고 지각한다. 둘째, (나는 비록 그 메시지에 영향받지는 않았지만) 나는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감안하여 특정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두 번째 부분에 괄호를 친 이유는 실제로 사람들에게 묻거나, 설득되지 않은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잠정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볼 때 그렇다고 가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에 입각해서 볼 때 데이비슨이 초기에 사례를 통해 제시한 제3자 효과 가설의 핵심은 매스미디어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지각과 고려이다.
나와 타인을 단순 비교
후속 연구자들은 ‘제3자 효과 지각’이라고 개념화하면서 나 자신과 타인에 미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문제로 단순화시킨 감이 있다. 앞의 정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제3자 효과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사람들이 매스미디어가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지각하는 것에 더욱 강조점을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즉, 나 자신보다 타인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지각하고 그것을 고려한 행동을 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데이비슨이 1983년 논문에서 언급한 내용도 다시 한 번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리라는 기대는 나아가 개인 스스로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p.3).” 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 미디어 메시지의 영향력에 대한 지각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에 앞서 데이비슨은 타인에게 미칠 매스미디어 메시지의 영향력에 대한 고려를 중요한 측면으로 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험적인 데이터를 제시한 대부분의 논문에서는 지각적 편향을 나와 타인에 미치는 미디어 효과에 대한 평가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면서 단순화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고려를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상정하거나, 타인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을 우선 순위로 하여 제3자 효과의 본질을 살펴보려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았다. 라소사(Lasorsa, 1989)의 연구에서 미디어가 개인과 타인에 미치는 영향력을 개방 문항으로 물은 뒤 타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고 자신에게는 영향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분류하여 제3자 효과 지각 집단으로 분류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분류가 데이비슨이 초기에 상정한 제3자 효과의 개념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초판 나온 후 매체 동질화 불러
수용자 효과 연구에서 보여준 지각적 편향이라는 측면을 잠시 접어 두고 데이비슨이 원래 주창한 제3자 효과의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출 때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은 바로 수용자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한 언론활동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 논문은 많지 않은데, 보프만(Baughman, 1992)은 미국 언론사(史)에서 유력지와 대중지간에 입장이 달랐던 19세기 말, 미국과 스페인 전쟁의 위기 상황에 제3자 효과가 작동했다는 것을 사료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당시 황색저널리즘 신문사가 전쟁의 필연성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기사를 연일 실은 가운데 정론지와 정치 엘리트들이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섣불리 싣지 못했던 것을 전형적인 제3자 효과의 사례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 당시 사람들이 전쟁에 찬성하고 있는 지의 여부보다 일부 언론은 황색저널리즘 언론사가 독자들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 정치적인 의견표명을 삼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보프만은 국가적인 위기의 상황에서 선정적이고 대중적인 언론이 도덕적인 소구를 통해 이슈를 몰고 갈 때 정치엘리트와 권위지의 편집자들에게 제3자 효과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체간 의제비교라는 독특한 관행으로 초판 이후의 각 매체간의 내용이 동질화되어가는 과정(황용석, 2000)에서 제3자 효과가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초판이 발행된 이후 광화문 거리에 앉아서 다른 신문의 내용을 점검하는 것은 다른 미디어가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탐색함으로써 자신들의 보도가 불러올 위험적 요소, 특히 독자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기초한 위험적 요소를 감소시키려는 시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낙종과 오보에 대한 우려 모두 신문사가 타인에 대한 의식, 즉 여기서는 타 신문사와 독자의 평판이라는 미디어 효과에 대한 제3자적 지각에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초판이 발행된 이후 신문사간 내용에 있어 동질화가 발생하는 것은 제3자 효과에 대한 지각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로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해 말 중앙일보가 각 가정에 배달하기 전에 주로 서울 시내 가두 판매용으로 발행하는 초판을 없앤 것은 다른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되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효과에 대한 고려를 통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관행을 배제한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즉 신문사 스스로의 판단에 입각해 기사를 선정하고 제시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판단된다.
선거와 제3자 효과
올 한 해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3자 효과는 선거보도, 특히 여론조사 보도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를 공식 선거기간 중 언론에서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선거법 제108조와 관련한 문제이다. 현 제도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갖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에 제3자에 미치는 여론조사의 영향력에 대한 고려가 반영될 수 있다. 국회의원과 일반 유권자 모두 제3자 효과에 대한 지각을 할수록 현행 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양승목, 1998; 김무곤, 안민호, 양승찬, 2001). 즉 여론조사를 공식 선거 기간 중 언론에서 공표하지 말아야 된다고 판단하는 것에는 여론조사가 타인들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는 제3자 효과에 대한 고려가 개입된다는 것이다.
또한 여론조사보도에 대한 제3자 효과 지각은 사람들의 공개적인 의견표명 행위와도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제3자 효과 가설과 침묵의 나선이론과의 연관성을 살필 수 있는데, 특히 제3자 효과 지각을 통한 여론분위기의 변화 문제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승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여론조사보도로 인해 다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진영으로 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미디어 효과를 지각하게 되면, 이러한 미디어 효과에 대한 평가는 편향된 여론분위기를 지각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승자편승적 제3자 효과 지각은 결과적으로 여론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 공개적인 의견표명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양승찬, 1998; 이준웅, 2001).
선거 기간의 미디어 메시지 중 정치광고와 관련한 제3자 효과에 대한 지각 또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유권자가 다른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평가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각 선거 진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나 정당인에게 나타나는 제3자 효과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1988년 부시와 듀카키스 간의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듀카키스의 진영은 부정적 정치 광고가 유권자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부시 진영보다 상대적으로 더 전전긍긍한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여론변화와는 무관하게 부정적 정치 광고 때문에 유권자들이 듀카키스에게 나쁜 판단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이 결과적으로 선거 진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떨어뜨리면서 결국은 선거 패배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Cohen and Davis, 1991).
게이트키핑에 미치는 영향 연구
지금까지의 연구는 지각적 편향이 과연 나타나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이 언제, 얼마나 자주, 어떤 메시지에 대해 다른 사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는가, 그리고 왜 고려하게 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고 하겠다. 다른 사람에게 미디어가 미칠 영향력에 대해 평소에 일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즉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제3자인 타인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을 직접 물어 봄으로써 제3자에 대한 고려를 하도록 만든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와 관련한 문제는 제3자에 미치는 미디어 영향력에 대한 고려를 의도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점화효과(priming effect)와도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 있으며, 캠페인 전략과 관련하여 설명할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제3자 효과 가설은 수용자 집단뿐만 아니라 정치 엘리트, 언론인들의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으로서 유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세기 중반 연방주의자들이 언론통제를 주창한 근거에 제3자 효과에 대한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언론사학자들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Baughman, 1992).
전문가 집단, 구체적으로 정책입안자의 정책선호와 언론인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작용할 수 있는 제3자에 대한 고려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역사적인 자료, 회의록, 비평 등의 분석을 통해 언론인과 정책입안자가 제3자인 일반인들에 미치는 미디어 효과를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앞으로 흥미 있는 연구과제일 수 있다. 사람들에게 편집자 역할을 주고 메시지 게재 여부에 대한 결정과 제3자 효과를 연계시켜 본 한 연구는 이러한 연구문제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있다(Price, Tewksbury, & Huang, 1998).
그 후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제3자 효과 연구는 주로 수용자의 사회적인 지각에 미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효과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수행해왔다. 비록 저널리즘 역사에 관심을 둔 일부 학자도 제3자 효과를 게이트키핑 과정을 포함한 저널리즘 현상과 연결하여 살펴 본 경우가 있었지만(예를 들어 Baughman, 1989, 1992), 제3자 효과 가설에서 다루는 지각적인 편향성을 통해 발생하는 수용자의 태도와 행동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연구의 주류를 형성해왔다.
수용자의 행동변화 수반
미디어 효과 연구자들은 제3자 효과 가설을 이론적인 논의로 체계화하면서 특히 두 가지 요소를 분리하여 강조하였다. 첫 번째는 제3자 효과 가설의 지각적인 요소(perceptual component)로서 매스미디어의 메시지가 자신에게는 영향력을 미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제3자인 타인에게는 더 큰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편향된 지각을 연구자들은 ‘제3자 효과 지각(the third-person perception)’이라고 정의한다. 즉 사람들이 매스미디어 효과에 대해 자신과 타인의 입장에서 평가하도록 하고, 타인에 대한 평가가 자신에 대한 것 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밝히는 작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뉴스를 포함한 다양한 메시지에서 이러한 편향된 지각이 발견되었으나 상대적으로 부정적이고, 의도된 설득 메시지에 나타나는 제3자 효과 지각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두 번째는 태도 및 행동과 관련된 요소(attitudinal/behavioral component)로 위와 같은 제3자 효과 지각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다루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다룬 연구는 주로 1995년 이후 실시되었는데, 제3자 효과 가설의 두 번째 요소를 검토하는 데는 특별히 부정적인 메시지, 또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논쟁적인 메시지가 연구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주로 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규제나 검열에 찬성하는 태도를 연결시킨 연구가 다수였다. 특히 1995년 건서(Gunther)는 미디어가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각할수록 검열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건서의 연구 이후 수 편의 연구들이 제3자 효과의 두 번째 요소를 다루면서 지각적 편향과 태도·행동 변인들의 연계성을 살펴보았는데, 특히 TV 폭력물, 음악 가사, 성적노출이 많은 영상물, 재판, 법정보도, 선거보도, 각종 광고, 여론조사보도 등의 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제3자 효과 지각을 규제와 검열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와 연결시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정치인 연구 극히 적어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3자 효과 연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미디어 효과에 대한 과대 평가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며 특히 미디어 효과 발생 과정의 일환으로 제3자 효과를 고려하게 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험적인 측정에 기초한 제3자 효과 연구가 주로 실시되면서 데이비슨이 주창한 제3자 효과의 일부분만이 강조된 면이 없지 않다.
특히 나와 타인과의 영향력에 대한 지각의 차이를 효과 연구자들이 강조함으로써 나타난 중요한 문제는 나 자신에 대한 영향력에 대한 평가를 꼭 측정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각적 차이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둔 연구는 연구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수용자를 주로 택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 언론인, 정책담당자들에 미치는 미디어 효과 또는 이들이 갖는 효과에 대한 지각은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생시키는 사회적인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3자 효과 지각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용자가 아닌, 미디어 관련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자에 대한 연구와 뉴스 메시지 선택에 영향력을 미칠 언론인에 대한 연구는 극히 일부에서 실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양승목, 1997; Lasorsa, 1992; Baughman, 1989, 1992).
여기서 우리는 데이비슨이 제시한 초기 제3자 효과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오지마 섬에서 일본군의 선전물을 미리 접한 미군 백인 장교가 흑인 병사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지레 겁을 먹어 철수한 사례, 라이벌 정당의 선전물을 보고 유권자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지지 후보 선거 운동에 나선 선거 운동원의 사례 등으로 소개 된 제3자 효과의 본질은 다음과 같이 다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나는 매스미디어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고 지각한다. 둘째, (나는 비록 그 메시지에 영향받지는 않았지만) 나는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감안하여 특정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두 번째 부분에 괄호를 친 이유는 실제로 사람들에게 묻거나, 설득되지 않은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잠정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볼 때 그렇다고 가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에 입각해서 볼 때 데이비슨이 초기에 사례를 통해 제시한 제3자 효과 가설의 핵심은 매스미디어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지각과 고려이다.
나와 타인을 단순 비교
후속 연구자들은 ‘제3자 효과 지각’이라고 개념화하면서 나 자신과 타인에 미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문제로 단순화시킨 감이 있다. 앞의 정리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제3자 효과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사람들이 매스미디어가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지각하는 것에 더욱 강조점을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즉, 나 자신보다 타인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지각하고 그것을 고려한 행동을 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데이비슨이 1983년 논문에서 언급한 내용도 다시 한 번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리라는 기대는 나아가 개인 스스로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p.3).” 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 미디어 메시지의 영향력에 대한 지각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에 앞서 데이비슨은 타인에게 미칠 매스미디어 메시지의 영향력에 대한 고려를 중요한 측면으로 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험적인 데이터를 제시한 대부분의 논문에서는 지각적 편향을 나와 타인에 미치는 미디어 효과에 대한 평가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면서 단순화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고려를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상정하거나, 타인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을 우선 순위로 하여 제3자 효과의 본질을 살펴보려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았다. 라소사(Lasorsa, 1989)의 연구에서 미디어가 개인과 타인에 미치는 영향력을 개방 문항으로 물은 뒤 타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고 자신에게는 영향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분류하여 제3자 효과 지각 집단으로 분류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분류가 데이비슨이 초기에 상정한 제3자 효과의 개념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초판 나온 후 매체 동질화 불러
수용자 효과 연구에서 보여준 지각적 편향이라는 측면을 잠시 접어 두고 데이비슨이 원래 주창한 제3자 효과의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출 때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은 바로 수용자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한 언론활동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 논문은 많지 않은데, 보프만(Baughman, 1992)은 미국 언론사(史)에서 유력지와 대중지간에 입장이 달랐던 19세기 말, 미국과 스페인 전쟁의 위기 상황에 제3자 효과가 작동했다는 것을 사료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당시 황색저널리즘 신문사가 전쟁의 필연성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기사를 연일 실은 가운데 정론지와 정치 엘리트들이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섣불리 싣지 못했던 것을 전형적인 제3자 효과의 사례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 당시 사람들이 전쟁에 찬성하고 있는 지의 여부보다 일부 언론은 황색저널리즘 언론사가 독자들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 정치적인 의견표명을 삼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보프만은 국가적인 위기의 상황에서 선정적이고 대중적인 언론이 도덕적인 소구를 통해 이슈를 몰고 갈 때 정치엘리트와 권위지의 편집자들에게 제3자 효과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체간 의제비교라는 독특한 관행으로 초판 이후의 각 매체간의 내용이 동질화되어가는 과정(황용석, 2000)에서 제3자 효과가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초판이 발행된 이후 광화문 거리에 앉아서 다른 신문의 내용을 점검하는 것은 다른 미디어가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탐색함으로써 자신들의 보도가 불러올 위험적 요소, 특히 독자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기초한 위험적 요소를 감소시키려는 시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낙종과 오보에 대한 우려 모두 신문사가 타인에 대한 의식, 즉 여기서는 타 신문사와 독자의 평판이라는 미디어 효과에 대한 제3자적 지각에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초판이 발행된 이후 신문사간 내용에 있어 동질화가 발생하는 것은 제3자 효과에 대한 지각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로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해 말 중앙일보가 각 가정에 배달하기 전에 주로 서울 시내 가두 판매용으로 발행하는 초판을 없앤 것은 다른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되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효과에 대한 고려를 통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관행을 배제한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즉 신문사 스스로의 판단에 입각해 기사를 선정하고 제시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판단된다.
선거와 제3자 효과
올 한 해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3자 효과는 선거보도, 특히 여론조사 보도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를 공식 선거기간 중 언론에서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선거법 제108조와 관련한 문제이다. 현 제도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갖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에 제3자에 미치는 여론조사의 영향력에 대한 고려가 반영될 수 있다. 국회의원과 일반 유권자 모두 제3자 효과에 대한 지각을 할수록 현행 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양승목, 1998; 김무곤, 안민호, 양승찬, 2001). 즉 여론조사를 공식 선거 기간 중 언론에서 공표하지 말아야 된다고 판단하는 것에는 여론조사가 타인들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는 제3자 효과에 대한 고려가 개입된다는 것이다.
또한 여론조사보도에 대한 제3자 효과 지각은 사람들의 공개적인 의견표명 행위와도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제3자 효과 가설과 침묵의 나선이론과의 연관성을 살필 수 있는데, 특히 제3자 효과 지각을 통한 여론분위기의 변화 문제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승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여론조사보도로 인해 다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진영으로 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미디어 효과를 지각하게 되면, 이러한 미디어 효과에 대한 평가는 편향된 여론분위기를 지각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승자편승적 제3자 효과 지각은 결과적으로 여론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 공개적인 의견표명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양승찬, 1998; 이준웅, 2001).
선거 기간의 미디어 메시지 중 정치광고와 관련한 제3자 효과에 대한 지각 또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유권자가 다른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평가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각 선거 진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나 정당인에게 나타나는 제3자 효과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1988년 부시와 듀카키스 간의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듀카키스의 진영은 부정적 정치 광고가 유권자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부시 진영보다 상대적으로 더 전전긍긍한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여론변화와는 무관하게 부정적 정치 광고 때문에 유권자들이 듀카키스에게 나쁜 판단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이 결과적으로 선거 진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떨어뜨리면서 결국은 선거 패배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Cohen and Davis, 1991).
게이트키핑에 미치는 영향 연구
지금까지의 연구는 지각적 편향이 과연 나타나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이 언제, 얼마나 자주, 어떤 메시지에 대해 다른 사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는가, 그리고 왜 고려하게 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고 하겠다. 다른 사람에게 미디어가 미칠 영향력에 대해 평소에 일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즉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제3자인 타인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을 직접 물어 봄으로써 제3자에 대한 고려를 하도록 만든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와 관련한 문제는 제3자에 미치는 미디어 영향력에 대한 고려를 의도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점화효과(priming effect)와도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 있으며, 캠페인 전략과 관련하여 설명할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제3자 효과 가설은 수용자 집단뿐만 아니라 정치 엘리트, 언론인들의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으로서 유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세기 중반 연방주의자들이 언론통제를 주창한 근거에 제3자 효과에 대한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언론사학자들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Baughman, 1992).
전문가 집단, 구체적으로 정책입안자의 정책선호와 언론인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작용할 수 있는 제3자에 대한 고려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역사적인 자료, 회의록, 비평 등의 분석을 통해 언론인과 정책입안자가 제3자인 일반인들에 미치는 미디어 효과를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앞으로 흥미 있는 연구과제일 수 있다. 사람들에게 편집자 역할을 주고 메시지 게재 여부에 대한 결정과 제3자 효과를 연계시켜 본 한 연구는 이러한 연구문제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있다(Price, Tewksbury, & Huang, 1998).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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