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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듯, 어디서 본 듯, 그럴 것 같다가도 아니 왜?? 에이씨 ㅠ 로 끝난"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 입니다. 개인적인 감상평이오니, 먼저 드라마를 보신 후 공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막장 인생, 빚더미에 앉아 더이상 도망칠 곳도 없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총 6가지 게임을 즐기면서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게임 스토리. 당연히 최종 상금은 어마어마한 수백억이고, 처음에는 목숨을 건 게임의 규칙에 도망도 치려고 했지만, 결국에 현실이 더 지옥인 것을 알게된 사람들이 결국엔 끝까지 가는 이야기.

주인공 이정재. 주인공 버프 충만.

  처음에 넷플릭스에서 예고편으로 광고를 할 때, 이런 컨셉의 드라마라는 것에 왠지 기대를 하지 못했었다. 뭐랄까, 외국의 방탈출이나 보상을 걸고 생존하는 컨셉의 영화들을 많이 봐서인지, 한국형 생존 게임 드라마라는 것이 오글거리는 클리셰 범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최근 킹덤도 그렇고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화려한 연출과 어색하지 않은 세트, 연기, 분장들을 보며 과연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약간의 기대도 하고 1편부터 보았다.


  전반적인 스토리나 캐릭터들은 참 매력 있었던 것 같다. 다들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배우 분들이라서 그런지 맛깔나게 캐릭터를 그려내주신 것 같았다. 하지만 악인은 끝까지 악인이었고, 얄미운 사람은 끝까지 얄미우며, 불쌍한 사람은 한없이 불쌍하게만 그려져서 약간 입체적이다라기보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처럼 각자만의 색체를 진하게 가지고 있어서 약간 평면적인 느낌도 들었다.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스토리를 앞서 나가고 싶어하시는 분들의 경우 항상 중간중간 내뱉는 말이 있다. '쟤 나중에 죽을 것 같아. 저 사람.. 뭔가 좀 이상한데? ㅋㅋㅋ' 라는 식으로 예상을 하는 재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나였다.

  보통 스토리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인물 관계도를 통해서 향후 이 사람이 어떤 형태의 장치로 쓰이다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재미로 '오징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스포일러 가득한 감상평을 남길텐데, 드라마를 꼭 보시고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성기훈 (이정재)

  음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해야하나. 돈 때문에 찌들리게 가난하게 살아가면서, 어머니께서도 시장에서 채소 팔면서 사시고, 이혼하고 재혼한 아내와 그 집에서 여유롭게 사는 딸에게 늘 죄책감을 살아가는 인물. 그 가난한 집에서 어머니가 꿈쳐둔 돈 훔쳐서 경마장에서 다 날리고, 다음 달 까지 안갚으면 신체 포기각서로 장기까지 팔리는 막장 인생의 성기훈은 이 오징어 게임에 초대된다. 주인공 버프를 무지하게 받은 인물이며, 중간에 살짝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드러내는 듯 하다가 마지막까지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 클리셰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물. 빨간 머리 염색은 왜 한걸까? 거기에 어떠한 의미를 담고 싶었던 건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가지 클리셰를 깨부수는 듯한 뉘앙스를 주다가 결국엔 아주 전형적인 승리자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캐릭터였다.

  뻔한 스토리처럼 늘 약자를 챙기고, 운도 엄청 좋으며, 알고보니 에디터를 옆에 끼고 다녔던 인물... 마지막 9화가 오징어 게임의 전체 스토리와 재미를 다 무너뜨리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조상우 (박해수)

  드라마를 잘 안보는 내 입장에서 박해수 배우는 처음 본 얼굴이었다. 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이미지였는데, 결국 주인공 버프의 오른팔을 담당하며 최후 빌런으로 성장했으며, 어이없게도 신파극의 희생양이 된 캐릭터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고는 하나 그 험난한 고비들을 다 넘어오면서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일까. 극 후반의 모든 눈물샘을 쥐어 짜는 캐릭터로 역시 스토리의 재미를 반감시키도록 소모되어서 좀 아쉬웠다. 처음부터 영악한 끼가 보여서 빌런이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 죽여오더니.. 마지막엔.. =_=a. 차라리 이정재가 죽고 이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되는 구조였으면 진짜 뒷통수를 딱! 치면서 뭔가 통쾌하지만서 섬띵 빌런의 세계관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오징어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말이지... 가난한 생선장수 집 아들내미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수재였지만, 선물을 손대면서 빚지고 인생 나락으로 가버린. 스토리 상으로도 은근 빌런짓 하며 결국 마지막에 신파 스토리로 나락가버린 캐릭터였다.


오일남 (오영수)

  와~ 이 할아버지 보면서 이렇게 나이 드셨는데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활동하신다는 것에 참 놀랐었다. 실버 배우들의 저력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스토리 중간중간에 너무 많은 단서들을 줘서 극 중간부터 좀 예상을 했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여기서부터 그만 읽으시는게 좋을 것 같다. 주인공 버프를 받은 이정재가 끝까지 챙기는거 보면서 좀 뭔가 있겠다.. 싶었다. 더군다나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았던 분이 계속해서 살아남고, 중간중간 이정재를 잘 챙겨주고, 뭔가 의미있는 조언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영감탱이 보통 내기가 아니구나.. 싶긴 했다. 그 형사가 참가자 리스트를 보여줄 때 001번이 없이 바로 002번 자료부터 나오는 것부터가 의심스러웠고, 구슬 놀이할 때 '여기가 내 집이었어~~'라는 치매걸린 소리 할 때부터 저 할아버지에게 특화된 세트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의심 가득하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죽는 순간을 딱! 카메라가 걸어나오면서 안보여줌. ㅋㅋㅋ 거의 중간 때부터 예상을 하고 있었어서 재미가 좀 반감되긴 했다. 그래도 짬이 있으시다보니 확실하게 초반에는 뭔가 기괴하면서도 신나해 하시는 모습에서 약간의 섬뜩함이. 중반부 갈 때에는 정말 짐짝처럼 ㅠㅠ 하여간 구석에서 꾸주리고 앉아 있는 모습 보면 진짜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짜증과 안쓰러움이 교차해서 생겼다랄까 ㅋㅋ 


강새벽 (왼. 정호영) / 지영 (오. 이유미)

  눈물샘 폭발 전형적 클리셰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들이면서 제대로 소모되어주시는 두 분. 그거 있잖아.

새벽 : 내가 죽으면.. 내 동생.. 부탁해요..

지영 : 내가 너 꼭 이기게 해줄게.

  전쟁 영화에서 가족 이야기 하면서 살아 나가면 내 가족 꼭 부탁한다는 사람은 결국 죽는다.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사회성 부족한 애 한테 손 내밀면 나중에 나 대신 죽어준다.

  아예... 신파를 위하여 만들어진 장치로 아주 적절한 위치까지 잘 끌고 가다가 제대로 죽어주신 두 분. 캐릭터의 성격이 전체적인 드라마에서 좋은 양념으로 잘 쓰이다가 결국엔 예상했던 그 위치에서, 예상했던 그 이야기를, 예상했던 그 시점에 이야기해주고 퇴장한다.

  30분 남은 게임에서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막판에 딱 한 겜으로 끝내자면서 갑자기 서로, 남에게 말 못할 이야기를 서로에게 해주자면서 갑자기 썰을 푸는데...

멈춰!!

  주인공 버프 받고 있는 새벽이와 한 두편만에 팀전에서 껴들은 지영 중 누가 살 것인가? 여기서 지영이 살았으면 진짜 대박이지.. ㅋㅋㅋ 갑자기 리뷰 하다보니까 진짜 이미 30년은 우려먹은 스토리 그대로 전개되는 느낌이라서 오징어 게임의 여운이 반감되는 느낌이긴 하네 ㅠㅠ

  그리고 갑자기 지영이 어이없게 게임을 포기하는 장면에서, 그만 웃음이 터져나와버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뭐야, 왜그래!!! 다시해!! 게임 다시해!!!"
"니가 나한테 물었지? 나가면 뭐할거냐고.. (피식) 나.. 생각해보니까.. 나가서 뭘 할게 없더라고.."
자~ 여러분~ 이 타이밍에 즙짜주세요~
녹즙기 광곤줄..

    아예.. 아무래도 이 시점 부터 정말 많이 재미가 반감된 것 같았다. 초반의 신선함은 사라지고 전형적인 스토리 구성으로 흘러가면서 앞으로 전개가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장덕수와 한미녀

  장덕수 사람 같은 캐릭터가 참 착한 것 같아. 늘 한결 같이 못된 짓만 하다가 결국엔 통수 맞고 뒤지는. 한미녀 캐릭터는 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색깔이 진해서 오징어게임의 좋은 양념이긴 했지만 뭐랄까.. 볼케이너 순살치킨처럼 첫 맛은 좀 있었지만 자꾸 먹으니까 좀 질리는?

한미녀의 양념 맛이란...

  첫 게임에서 사람 총으로 마구마구 쏴 죽이는걸 봤으면서도 화장실 가고 싶다고 엄청 때쓰고 욕을 하지 않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지 않나.. 이해 안가는 행동만 골라하다가 마지막에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서 서리가 내리지'라는 멘트와 함께 덕수와 동반자사ㄹ...

  이 사람은 목숨이 몇 개 되나봐. 진짜 물불 안가리고 이리저리 붙을 뿐만 아니라 가장 목소리 크게 비호감 짓을 골라서 하는데.. 못배운 캐릭터라는 컨셉 때문일까, 만약 진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게임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저럴 수 있을까 싶어서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물론 너무 몸 사리고 있는 것도 재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최소한 꺼릴 땐 꺼리고 나댈 땐 나대야 하는데...


  초반부에는 신선한 느낌이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신선함이 많이 사라지고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대로 흘러가게 되어 아쉬운 드라마였다. 단편이 아니라 9편까지 흘러가는 장편이었기에 각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내려고는 하였지만, 큰 흐름은 결국 주인공 버프로 승리하고, 그 주변 인물들은 모두 보조적 장치였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넷플릭스가 투자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작가나 감독, 배우들이 그리고 시청자들이 K 드라마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아서 감사하다 :)


  처음에는 놀라웠던 세트장이 후반부로 갈수록 조악해지는 것은 투자비용이 부족했던 것 때문일까 ㅠ 발로 차도 열리는 철문이라면 잠금 장치는 무늬였던 것일까. 그 와중에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장기 적출로 죽은 사람들의 장기를 팔아넘겨 돈을 버는 사람들은 정말 담대함이 엄청난 것 같아보였다. 도대체 그런 부분은 왜 넣었던 걸까? 저 지옥 같은 곳에서도 돈을 벌고 싶어하고, 빼돌리는 비열한 인간상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고시원에 산다고 했던 형사의 형은 왜 그곳에 있었던 것이며, 숨어 들어온 형사 하나 찾지 못하는 것은 백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수백대에 이르는 CCTV를 보면서도 못찾는 것은 왜일까.. 일꾼들에게 부여된 권한이 너무나 커서 크로스 체크가 안되는 형태로 운영되는 조잡한 보안과 운영 방식으로 어떻게 이런 살인 게임을 수십년간 운영해올 수 있었던 것 일까..;;; 글 막바지 되니까 이것저것 물음표가 많이 생기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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