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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지만 친절하지 못했던

금자씨와 은이

  나는 좀 이상한 심보라서 그 당시에 화제가 되는 작품들은 오히려 감상하기를 꺼려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다 따라가는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기 싫다고 해야하나. 뭐 나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대학 들어와서는 많은 친구들이 나와 비슷한 심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대세에는 분명 의미가 있는 법.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임상수 감독님의 '하녀'를 이제와서 보게 되었다. DVD로 학교 도서관에 나왔길래 얼른 빌렸다.

  근데 자꾸 보다보니까 전도연의 눈화장이 짙은 것 때문인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떠올랐다. 묘하게 닮은 듯 닮지 않은 금자씨와 은이씨. 나는 오늘 이번 포스팅으로 이 둘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파헤쳐 보고 싶다. (물론 잘 될지 모르겠지만 ㅋㅋ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니까.)

 

영화 '하녀' (2010)

장르 : 스릴러

상영시간 : 106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임상수

 

 

출연진 : 전도연(하녀, 은이), 이정재(주인남자, 훈), 윤여정(하녀, 병식), 서우(안주인, 해라)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은이 라는 여자가 초호화저택의 하녀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다. 젊은 여자가 하녀로 들어와서 그런지 집 주인의 눈에 들게 되고 그 때문에 안주인인 해라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그 사이에서 선배 하녀인 병식이 다리역할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하녀'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한 같은 것을 공유하게 되며 은이를 안쓰럽게 돌보게 된다.

  더 깊이 말하면 영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대충 훑은 건데 뭐랄까.. 인간의 부귀영화가 같은 인간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같은' 인간이 아니게 만든다는 것.

  마케팅원론에 보면 인간의 부의 수준으로 7 등급을 나눌수가 있다. (이 등급은 마케팅론의 아버지 코틀러 씨가 나눴다는..;;) 그 중에 UPPER UPPER 계층은 가장 상위권 계층인데, 현 세대의 인간이 스스로 자수성가해서 되는 경우는 매우, 울트라 캡짱 드문경우라고 한다. 즉, 오랜 세월 가족과 그 족보의 세대가 부를 물려줌으로써 그것이 확장되고 확장되어 보통 일반인들과는 확연이 다른 삶을 살게 해주는 클레스이다. 아마 삼성의 이건희 회장 라인 정도 될듯.

  솔직히 말하면 언론에서조차 그들을 언급하기 꺼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우리들이 말하는 강남 부자들 어쩌구 저쩌구 부동산, 아파트 값 어쩌구저쩌구 하는 사람들은 한 2등급에서 3등급 사이의 사람들을 말한다.

  어쨋든 한 5등급쯤 되는 은이는 1등급에 속하는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식당 아줌마로 살아가던 나름 씩씩 착했던 은이씨

여차저차 가정부 구인내고 그걸 보고 찾아온 병식.

이런 대저택에서 일한다. 언제 다 청소해..ㄷㄷㄷ

도도한 안방마님 해라. 쌍둥이 임신하셨다고 몸조리중.

왠지모르게 때묻지 않은 느낌의 은이

영화의 끝부분에 다시 새 하녀들이 들어오고 평화를 찾은듯한 가족.

마치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지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든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장르 : 스릴러, 드라마

상영시간 : 112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박찬욱

 

출연진 : 최민식(백 선생), 이영애(금자)

 

   

 

  줄거리는 금자(이영애)가 백 선생(최민식) 때문에 누명을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13년의 복역 후 백 선생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인맥(감옥에서 안)들을 동원해 총을 만들고, 그동안 백선생이 몰래 저질러 왔던 만행들을 파해쳐, 그로인해 피해봤던 사람들을 모아서 다같이 백 선생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누명을 썼지만 어쩔수 없이 범행을 시인하는 금자씨

유아 살인과 유치원 선생이라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 백선생

피해자들끼리 모두 힘을 모아! 

백선생을 처단해 보아요~ 

---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은이씨와 금자씨를 비교해보자!!

 

둘다 처음에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물론 금자씨는 좀 이쁘다는 컨셉이 있긴 하지만 뭐..

그렇게 치면 은이씨도 못생긴거 아니니까.

 

 

 

 

 

 

비록 돈 때문에 '하녀'라는 직종을 택하게 되지만

천성은 사람에게 헤코지 못하면서 웃음 많고

아이 좋아하는 착한 누나? 이런 이미지였던 은이.

 

 

 

금자씨 역시 순수했던 학창 시절을 지내고 착한 심성을 가진 소유자였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둘은 성(姓) 임신이라는

여성으로서 드러내어 질 수 있는 이 두가지 의식을 거치면서

변하게 된다.

 

그것도 한 남자에 의해...

 

은이에게는 "훈"이라는 갑부가

 

금자에게는 백 선생이다.

 

여자의 인생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남.자. (아왜~ㅠㅠ)

 

은이는 결국 훈과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된다.

 

...

 

 

 

금자 역시 백 선생과 을 자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된다.

 

 

아주 비슷하게도 은이는 훈의 아이

금자는 백 선생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여자가 사랑하고 몸을 내어준 남자의 아이를 가진 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한 모성본능과 남자에 대한 버림받음이라는 감정이 융합되어

'마녀'가 되어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동물이라는, 수컷이라는 것의 공통점이라도 되는 듯이

훈과 백 선생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부성애나 자식에 대한 사랑, 걱정.. 이런것 따윈 없다.

 

단지 여자는 매달리고, 남자는 귀찮은 무언가에 대한 존재로 인식할 뿐이다.

 

 

 

 

어떻게든 둘은 아이를 곁에서 떠나보내게 되고..

 

화장을 짙게 하기 시작하지.

 

여자의 변신은 무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사랑에 상처 받고

자식을 잃은 모성의 고통은

결국 그녀들을 '마녀'..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은이는 파란 눈두덩이(?)를 금자는 빨간 눈두덩이(?)를 사이좋게 나눠 갖고

복수를 시작한다.

 

 

돈이라는 물질만능주의에 피해자였던 은이.

그녀는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될줄 아는 멍청한 부자들의 세상 속에서

그 넓디 넓은 저택이 오히려 갑갑하게 숨을 조여오는 현실 속에서

그녀 스스로를 놓아버린다.

서로가 속한 공간이 다른 세계.

하지만 그 다른 공간이 어느 쪽이라는 정답도 없거니와

그 공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그저 거기에 존재해왔을 뿐이다.

 

그 사이에 끼인 그녀는 그 왜곡된 이질감 속에서

비틀려 버리고

'마녀'로 변하고 만다.

 

그들은 그 세계 속에서 그렇게 살아 왔던 것이고

은이는 이 세계 속에서 이렇게 단지 살아왔을 뿐이다.

 

서로의 선을 넘어버린 것은

인간의 욕망과 물질이라는 더러움과 함께

결국 파멸로 치닫게 된다.

 

 

금자도 처음에는 순수했다.

단지 그 순수함이 그녀를 파멸로 이끄는 길로 인도 했으니..

호기심은 곧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행위.

하지만 진실을 앎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진실이라는 것은 항상 숨겨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

첫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설렘과 남자에 대한 호기심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아무 것도 모르는 노란 나비가 달콤한 꿈처럼 보였던 파리지옥에 내려 앉는 것처럼.

 

하지만 이것은 비단 그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모두에게 설렘으로 다가오는 그 사랑의 감정이

현실 세계 속에서 아동 연쇄 살인마라는 괴물과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이 산산조각 나게 되는 것이니까.

어쨋든 금자 역시 '마녀' 중 하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니까.

 

--

 

공교롭게도 이 둘을 파멸.. 그리고 마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바로 남.자.다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사랑'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데.

그리고 그 사랑을 '상처'과 '고통'으로 남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아마 이 두 영화는 물질과 성이라는 것을 표방하고 있지만

남자라는 매개체를 이용함으로써

무언가 복잡미묘하고도 많은것을 말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여자의 운명이 얼마나 기구하다고 했던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자식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게 꿈이라고 했던가.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비참한..

여자이기 때문에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

 

물론 전반적인 스토리상 그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르겠지만

내가 바라보는 이러한 시선또한 내가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니까.

 

어쨋든

은이와 금자는

닮았지만 뭔가 미묘하게 또 다른,

그러면서도 자매같은,

기구한 운명을 지닌

'마녀'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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