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영화 리뷰는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바로 쓰는게 가장 많은 감성을 남길 수 있는 것 같다. 영화 애자는 약간 한 2% 부족한 스토리력과 생각보다 나이의 흔적을 지울수 없는 최강희의 연기력이 일단 큰 이미지로 남는다.
왕년에 말썽꾸러기였다가 나이 먹어서도 철을 들지 못한 애자. 그리고 수의사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그녀의 엄마. 이 둘을 둘러싸고 있는 스토리는 약간 핀트나 관계성이 너무나도 설정이 많았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교통사고, 약간의 장애가 있는 아들, 바람피는 남자친구, 여우같은 시누이.. 등등. 아, 리뷰를 쓸려고 하니까 왜이렇게 까려고만 하는 글이 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뭔가 졌다라는 패배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근 7여년 동안 한번도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어본 적이 없는데, 애자를 보면서 좀 울었다. 약간 무안하기도 했지만 뭔가 나만의 소통구가 필요했었기 때문일까. 휴지를 돌돌돌 말아가며 흐르는 눈물을 닦는 남자의 꼴이란.. 상상만 만큼 볼썽사납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해일지도 모르겠다.
애자의 스토리를 여기에 옮기기에는 스포일러 느낌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지극히 감상적인 글로만 써 내려가보자.
애자를 보면서 나는 몇 가지 감정이입을 준비할만한 단서를 나와 대입시켜서 떠올렸다. 일단 학창시절에 글을 좀 썼다는..? ㅋㅋ 고1때 국어교사라는 꿈을 꾸기 전에는 난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중학교 시절 다독왕이었던 친구녀석과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수업시간 외에는, 심지어 짧은 10분간의 시간에도 도서관에 달려가서 죽치고 앉아 있었던 나로서 자연스럽게 독자에서 술자로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줄 두줄 수필을 써 내려가며 교내 상을 듬성듬성 받다가 고등학교 2학년때에는 신춘문예에 등단을 하겠다고 소설을 한편 써서 제출한 적이 있었으니. 당시 최종 본선 3편안에 들어 고등학생 등단이라는 명예를 얻고자 신춘문예보에 이름을 싣긴 했으나 안타깝게(?) 대상을 받지 못하고 달랑 소설의 저작권만 넘어가게 됬다. 내 머리 속의 이야기들을, 그 세계를 글로 써서 구축해나가는 일이란 정말이지 나에겐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매력을 어디 나만 느꼈겠는가. 전국에 날고 기고 뛰는 친구들이 수두룩 빽빽했지 않겠는가. 결국 나는 정규 고등학교 교육과정으로 돌아와 수험공부에 매진했고 자연스럽게 소설가의 그 꿈과같은 길은 멀어져갔다. 여담이지만 후에 육,해,공 전군에서 실시했던 병영문학생 수상의 영예를 안고 국방부장관 포상휴가까지 받은적이 있으니 뭐, 나름 재능 덕은 조금 받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지.
어쨋든 애자가 방 가득히 쌓아놓은 책들 사이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것을 보니, 나도 한번쯤 꿈꿔왔던 삶이라서 새삼스럽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속 설정은 그녀가 너무나도 무지막지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약간 김이 새긴 했지. 담배피고, 놀러가고, 수업도 안들으면서 전교 10등 안에 드는데 거기다가 문학적인 소질은 가희 천재적인지라 억단위 공모전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다니. 소설 한편 쓰기 위해선 엄청난 고뇌와 고통이 따르기 마련인데, 아무리 천재라도 애자는 너무나도 자유롭고 유난무탈한 생활을 하면서도 굉장했다. 거기에는 수의사라는 엄청난 수입원인 엄마도 있었고. 반면 장남은 얼마나 띨빵한지 유학까지 갔다 왔는데도 공장에서 일을 하고 결국엔 공장 말아먹는 지경까지 이르르고. 기껏 신부라고 대리고 온 여자는 너무나도 우연스럽게 과거 애자의 주먹의 흔전이 남아있는 여시를 대려오질 않나. 아무리 막장이라지만 친구의 남자친구를 노리는 애자 친구하며, 삶의 끈을 놓으려는 엄마.
더욱이 어이가 없는건 엄마랑 같이 할머리 보러 가는데 그 중도에서 고통에 못이긴 엄마가 스스로 안락사를 하려고 하고, 애자는 그걸 바라보고. 그럼 처음부터 집에 가지 왜 그 길에 올랐던 건가. 아, 뭔가 복잡복잡하다. 복잡복잡 열매라고 먹은겐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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